지난 8월 3일 여명학교 방문했을때 이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계신 조명숙 교감선생님에게 선물로 받은 책에 대한 독후감입니다. -------------------------------------------------------------
조명숙 선생님,
지난 8월 3일 여명학교 찾아갔을대 선물로 주신 책 "사랑으로 행군하다 (조명숙 저)"을 어제 집으로 돌아오는 달라스행 비행기 안에서 다 읽었습니다. 소위 책을 손에 쥐자 눈에서 뗄수 없는 책, 다시한번 줄쳐가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습니다.
제가 가장 감동 받은 것은, 이 책의 중심이 "탈북한 아이들을 향한 이해" 라는 점이였습니다. 보통 이러한 간증이나 사역에 대한 책들 중에는 저자의 영웅적 이야기가 조명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선생님의 책은, 탈북아이들,청소년 그리고 청년들을, 독자들이 더 잘 이해할수 있도록 마음을 쓰신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웬만한 학위논문이나 연구논문보다 그들을 더 잘 이해할수 있는 휼륭한 케이스 스터디였습니다.
제가 조선생님을 2003년 겨울에 구로공단역 근처에서 잠시 만나고, 15년이 지난 지난 8월 3일 한시간 정도 뵈었지요. 그 15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서 소상히 볼수 있었습니다. 그 간극을 메울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이책을 읽기 직전에 비행기안에서 "1987"이란 한국영화를 보았습니다. AA를 타고오는데 외화 섹션에 이 영화가 있더군요. 이 영화와 선생님의 책은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공교롭게도 닭장같은 비행기 공간에서 연이어 보고 읽은 것들이라 연관을 짓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1987년 제가 중학교 1학년이였던 시절, 강남에서 자랐습니다. 데모하는 사람들은 모두 좌경사상에 물든 문제있는 사람들 정도로 인식하고 룰루랄라 별생각없이 살았습니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수 있는" 노래처럼 우리나라 그런 나라인가 보다..생각하면서. (어린 맘에도 저런 건전가요가 어떻게 가요톱텐에서 5주연속 1위를 할까 의아한 생각도 스치기도 했지만요)
나이가 마흔 셋이 되어서 1987 영화를 통해서 그 때일들을 다시 보니 보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아들 잃은 어머니가 울때 엉엉 울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조국'의 정의를 위해서 희생한 사람들, 젊은이들의 삶 앞에 나는 왜그리 작아지는지 미안해 지는지. 저는 또 악은 악을 낳은 모습을 보았습니다. 일제시대때 잔혹하게 당했던 대로, 육이오때 답습이되었고, 그때 하던대로 군사독재때 이어졌던 것들, 악이 악을 낳고 칼이 칼을 부르는 모습들.
영화가 끝나자, 승무원이 가져다준 비빔밥을 열심히 비벼먹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비록 미국비행기이나, 참기름과 고추장 냄새가 다행히 온 비행기를 덮었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배를 채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잠잘 시간이에요~"라는 듯 어두어진 비행기 안에서, 좌석등을 키고 선생님의 책을 꺼냈습니다.
영화 1987의 내용이 너무 "진"해서 이 책이 싱겁지 않을까라고 라는 약간의 불안함과 함께 첫장을 열였는데, 제 1부 "가장 낮은 곳에 서다"라는 탈북자13명의 국경 넘나드는 탈출기는 방금 본 영화보다 결코 "싱"겁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졸이는 서스펜스는 영화대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그 앞의 프롤로그 또한 긴장감없이 읽을수 없었습니다. 2013년 여명의 밤에 일어났던 일들을 적어 놓으셨지요. 저도 해마다 여명의 밤 공지 이메일을 받아봅니다. 올해도 멋지게 열리나보다...생각하며 지나쳤는데, 그 해 여명의 밤에 선생님이 겪으신 일을 책을 통해서 보자,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습니다.
영화1987에서는 눈에 보이는 전쟁과 갈등이지만, 선생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과도 수천의 전압이 흐르는 전쟁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영적 전쟁 이야기들은, 삶과 믿음이 분리되지 않았고, 성(holiness)와 속(secularlity- 페이스북에 한자가 안떠서 영어 단어로.쏘리입니다) 가 분리 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저처럼 성과 속이 분리된 종교 시스템에 젊은 날을 보낸 사람들은, 중년이 되어 아예 율법주의자가 되거나, 식은 마음으로 교회 공동체를 주변을 맴돌게 되기 쉽다는 것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하나님의 나라"는 선생님의 직업과 삶과 분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들이 제 마음을 시원하게 했고 눈물나게 했고 사도행전의 또하나의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87영화에서 악이 악을 낳는 장면, 칼을 쓰고 칼로 망하는 장면들이 제 마음을 후볐는데,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이 자신의 자리에서, 마치 우리사회에 자라고 있는 그 악의 연결 고리들을 사랑이란 이름의 대검으로 잘라내고 있는 여자무사 같이 보였습니다. 그 대검이 내려쳐지고 악의 사슬들이 쟁 쟁 소리를 내며 잘라지고 끊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조 선생님이 하시는 일들을, 여명학교 교사들이 하시는 일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수십년이 흘러서도 세상은 알지 못했겠지만, 선생님과 여명학교가 없었다면 그 상상불가한 상처와 원한을 가진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어떤 모습을 살아가게 되었을까요? 그래서 영화1987에서 세상에 속한 나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희생한 사람들 못지 않게, 지금 여명학교에서 일하시는 선생님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 나라에 속한 열사이며 의로운 자들입니다. 1987영화를 보면서는, 불의에 희생당한 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맞서서 싸운 사람들에게도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났습니다. 선생님의 책을 보면서는, 여명학교 아이들, 세상 권력과 속한 사회의 냉담함에 희생당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고, 여명학교의 교사분들 그외 헌신하는 분들에게도 너무 너무 고마웠습니다.
비행기는 달라스에 내렸고 세시간 차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하루가 지난 오늘, 밤낮에 바뀐 덕에 자정에도 또렷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조선생님과 여명학교 늘 응원하겠습니다.
2018년 8월 10일 라연재 올림